야베스의 기도 / 브루스 윌킨슨 지음

왕의 남자란 영화가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이다. 역대 흥행 순위2위에 올라 있고, 아직도 그 인기가 식지 않아 곧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무려 1천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니 한국 사람 4사람에 한 명은 이 영화를 본 셈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는 조선왕조실록의 연산군 일기에서 한자로 불과 70여 자의 기록에서 힌트를 얻어서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도 이와 유사하다. 대장금에 대한 기록은 중종실록에 불과 네 차례에 걸쳐서 왕과 왕족의 치료를 중심으로 짧게 기록된 것이 전부이다. 이러한 기록을 가지고 무려 6개월간 50여회에 걸쳐서 방영할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니 작가들의 상상력이 놀랍기만하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야베스의 기도” 역시 놀라운 책이다. 야베스는 역대상 4장 9절로 10절 단 두 절에만 기록된 인물로서 성경에 기록된 유다 지파의 수 많은 역대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다(열왕기하에 기록된 스가랴를 암살하여 왕위를 차지한 살룸의 아버지 야베스는 다른 인물). 하지만 야베스는 성경을 많이 읽은 사람들도 잘 기억하기 힘든 이름이다. 그 이유는 수 많은 족보상의 인물들이 나열되는 가운데 잠깐 한 대목을 차지하기 때문. 이는 우리가 마태복음 1장의 예수님의 계보를 읽고 또 읽지만 대부분의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길고 긴 유다 지파의 인명록에서 야베스란 사람의 짧은 기도를 발굴하여 놀랍게도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되어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야베스의 기도”이다. 야베스의 기도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이 책을 접하면서,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문이나 성경에 기록된 바울이나 다윗이나 모세나 여호수와 등 무수한 위대한 인물들의 그 유명한 기도들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왜 이 거의 무명에 가까운 야베스란 사람의 짧은 기도를 소개한 책이 이토록 각광을 받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눈높이 기도”를 소개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주기도문)”는 당연히 우리들의 기도의 궁극적인 전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세상적이고 근심도 걱정도 바라는 것도 많은, 평범한(그리고 어린) 기독교인들에게는 “주님의 기도”는 솔직히 마음에 와 닿는 귀절들이 많지 않다. 장성하지 못한 믿음의 눈으로 볼 때는 불과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정도가 눈에 들어 오는데, 요즘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주님의 기도가 그다지 마음에 와 닿는 기도로 생각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성경 상의 많은 위대한 인물들의 기도를 접하며, 많은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은 기도의 본으로 따르기 보다는 “다윗이니 그렇게 기도할 수 있었겠지”라든지 “여호수와니까…, 모세니까…”라고 그저 위대한 기도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야베스의 기도는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선 그는 “형제보다 고귀한 자”이라고 성경에 묘사 되어 있지만 많은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로부터 범인들이 느끼는 위화감이 그로부터는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하는 그의 기도는 많은 점에서 우리의 실질적인 욕구들과 맞닿아있는 점이 많다. “하나님, 제게 복을 주셔서 제 능력을 키워주시고, 영향력도 키워주시고, 돈도 부동산도 stock도 많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저를 도와주셔서 지금 가진 문제가 잘 해결되어 두 발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야베스의 기도에 대하여, 경건하고 영적이며 수준 높은 신앙인들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세속적 기도란 비판을 작가는 야베스식 기도의 실천으로 경험한 많은 자신의 영적 체험들을 소개하며 빗겨가고 있다. 사실 너무도 유치하고 세상적인 것을 구하는 기도도 하나님과의 교류이고 소통인 이상 진실한 마음으로 드릴 수만 있다면 너무나도 영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기도의 영적 원리라든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올바른 기도법 등등 복잡한 것들을 길게 설명하며 이론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실질적이며 응답 받는 기도를 하기 위한 간략한 지침들을 정리해두었다. 기도할 거리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실질적으로 기도 시작을 못하고 있는 분들, 기도를 좀 쉬고 있는 분들, 지속적인 기도해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이 짧고 작은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장점. 1시간이면 독파가 가능하다. 기도 입문서로 더없이 훌륭한 책.  강추* 왕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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